제1차 토너먼트 일정이 잡힌 정기 출조라

강풍과 빈작이 예상이 되었으나 출발을 강행했다.

출발부터 우리 클럽 특유의 비정상적인 일정이 시작되었으나

뭐 항상이랬는데 하면서 ...

 홍어, 오불, 계란말이, 김치찌게 에

시원한 막걸리 세동이로 집결지에서 이미 얼큰해집니다. 

회장님도 안계시는 용인에서.

하여지간 우여곡절 끝에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간에

우리는 후포의 소주방에 다시 모여 앉았다.

 이경문 선장과 박창순 테크니컬 인스트럭터 두분이 합류해서

 우리는 생전 처음 홑게를 먹기 시작했다.

소주 몇병이 순간 사라졌다.

새벽3시반에 잤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앉았다.

밤새 내내 불던 강풍은 미풍으로 바뀌었고

숙소 창밖의 바다는 잔잔한 햇살로 눈부셨다.

기대 만방 아침식사를 준비한 식당엔

맛난 바닷가 반찬들과 아침부터 광어회에 구수한 된장찌게 ,,,

그러나 주의보 발령이라는 급보에 일순 어두운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었다. 

선장님 샵으로 가서는

일부 운영진은 그 울분을 6개월간 바다속 심연에 가라 앉아있던

오시아지거3000번에 풀고있었다. 

분해 분해다 분해...

 그러는 중에도 기상청에 전화를 벌써 수차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상경길에 마지막 전화..  

오전 9시로 주의보가 해제란다.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밤이나 되어야 풀어주겠다는 주의보를 급작스레 오전9시에 푼다니.. 

사필귀정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이 든다는건 나만의 이기적인 태도인가,,,

분해 분해 하면서 분해하던 릴 부품을

순전히 염분을 빼야한다는 이유만으로

물통으로 황급히 집어던지고서

다이버샵을 다급하게 빠져 나왔다. 

마치 바람피다가 뛰어들어온 마누라를 피해

그동안 시간 잘 떼우며 델구 놀던 애인을

모텔 화장실에 집어던지듯이 팽게치고 달음질 치듯 그렇게도 빠른 속도로....

그런데 놀랍게도 벌써 모든 회원은 이미 출항계 작성을 마친 상태였다.

아무도 없는 ( 아직 아무도 주의보해제 소식을 몰를터) 항구에서 우리는 짐을 부렸다.

엄청난 저 짐은 1톤 트럭의 적재함이 넘칠것이다. 

바쁘게 대성호도 들어와 빠른속도로 장비를 옮겼다.

그 와중에 우리는 경찰측의 상세한 안전교육과

그 교육과정의 촬영에도 협조하였다.

아주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며 유연한 포즈를 취해주며...

지금 우리가 무얼 못해줄것인가 바다로 나가게만 해준다면...

모든 퍼포먼스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우리가 탄 대성호는 일단 기상이 좋지않은 왕돌초는

오후에 좋은 여건이 조성되면 나가기로 하고

10마일 해상의 대구 포인트로 들어섰다.

신속하게 부시리 태클에서 대구 태클로 급변경하였다.

왕돌초의 낮은 수심과 강한 대물과의 상면을 위한 하드보일드한 장비에서

수온이 올라서 예민해진 대구와 깊고 빠른 조류에 대응해야하는

가늘고 섬세한 장비로...

바닥을 연속 훑어야만 하기에 밑걸림에도 대응해야한다.

그러나 대구지깅에 대한 장비는 준비가 미흡했다.

그러나 바다에서 우리는 한바탕 즐겨봐야되는거 아닌가?

350g 마리아 씨플라워 딥블루컬러베이스와 난해한 사이키델릭 홀로그램

300g black V top

350g black V top

380g Blue pastel Haoli jig

딱 4개의 지그로 승부를 봐야했다.

새로감은 오시아지거의 지그맨 5호 피이라인과 50파운드 다이와 나일론 쇼크리더로

오후에 터지기 시작하는 동풍이 불기전에 조과를 올려야 했다. 

돌풍을 동반한 좋지않은 기상과 이틀전에 동해상에서 발생한 지진...

정말로 우리가 잡고자하는 대상어는 있을것인가..

의문이 들기시작하는데

나의 쟈우르스 로드로 울컥거리는 수심 70미터의 몸부림이 전달되었다.

부시리와 같은 전율은 아니었지만 감동이 울컥 밀려왔다.

전에 하염없이 속절없이 빠져버린 훅셑때문인지

반사적으로 발작같은 나의 훅셑을 위한 경련의 동작은

내 머리속 생각 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이어졌다.

새로 구입한 5/0 가마가츠 훜은 입천장을 관통했을 것이다.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일정한 릴링을 위해 모든

세밀한 동작에 정성을 다하기 시작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비열한 몸동작이라 모든 사람들이 비난 할지라도

나의 자세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있었다.

내가 봐도 평소에 볼 수없었던 냉정한 모습이었다.

바닥 수온 14도 표층수온 16도...

갑작스런 냉수대가 중층을 배회하며 관통하는 아주 좋지 않은 여건이었다.

오랜만에 울컥거리며 힘을 쓰는 대구의 무게를 느껴본다.

중층이상 떠오르자 평정심은 더욱 고요해진다. 

아 이맛이야...뜰채에 실리고

70cm 체장에 3800g 의 중량으로

내 개인 기록을 넘어선 준수한 사이즈다.

바람과 조류가 동반되는 동해의 깊은 대구지깅에는

더욱 가는라인 시스템과 보통지깅과는 반대로

리더라인은 본 라인보다 더 가늘고 부드러운 나일론라인 시스템이 유리해진다.

포인트인 바닥을 남보다 더 많이 찍어야하고

더 오래 찍어야하며

약은 입질에도 부드럽고 자연스런 훜킹을 유도해야하니 말이다.

바로 그 순간 강진구박사의 로드가 크게 휘기 시작했다,

바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하드한 로드가 크게 휜다.

그러더니 이내 그 특유의 울컥거림이 보인다.

대물 대구가 틀림없다.

강박사의 입은 굳게 다물어진다.

강한 힘을 그 깊은 곳에서 버텨내며 힘겨운 릴링을 시작한다.

미터에 육박하는 대구들은 쉬지않고 힘을 쓴다.

반이상 띄어 올렸을까?

허망한 탄식이 들린다.

빠진것이다.... 

대구는 정말 허망하게 빠질때가 많다.

나도 수 많은 경험을 하지 않았던가..

지금 이 순간은 어떤 위로도 필요치 않다.

들리지도 않는다.

바로 나에게 다시한번 울컥이는 입질이 들어왔다,

발작적인 무조건반사운동같은 훜셑 동작을 취했다.

힘겹게 끌어올렸지만 아까보다는 작은 사이즈 52cm 1600g 이다.

강원장도 중간 사이즈로 두마리를 걸어올렸고..   

경규도 내가 처음 잡은 그 비슷한 사이즈로 한수

오후에 들어서서 두리 형님도 지깅으로 첫 고기와 상면하신다.

그리고 뒤에서 여러회원들의 채비를 챙겨주며 지도해주던 

박창순 인스트럭터가 오늘의 최대어 4키로 오버의 대물을 잡아낸다.

이제 요정형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는지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한다.

아마도 그 좋지않은 예감은 들어맞을것인가...

불안한 표정에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강진구 박사도 아까의 허탈함에서 벗어나기 힘든 지경이었다.

세번만 더 찍어 보고 들어가자며 .....

높아지는 너울과 거센바람에 파도는 하얗게 뒤집어지기 시작한다.

드뎌 실력있는 자는 최후에 웃는다.  
강진구 박사의 변형 브이탑 구조변경 지그에 대물이 붙었다.

신중한 릴링 ,,,

더이상 신중할 수는 없었다.

3800그램 오버 대물이다.  

야 집에 갈 수있다. 
환호성이 들려온다.   (終)

 <감사의 변>

이경문 선장님이 발을 동동 구르시면서 :

 " 우리 정영균님이 꼭 잡으셔야되는데... " 안타까워 하시고

곁에서 강진구 박사님도 힘겹게 릴링하는 나의 모습을 보시면서

이번엔  제발 바늘이 벗겨지면 안되는데 하시면서 발을 동동 구르시고...

박성치 선배님도 남보다 많은 태그를 주시면서 많이 잡으라는 덕담도 해주시고

두리형님도 아기업는 슬링을 주시면서 담번에  늦둥이 업고 지깅하시라며,

요즘 떠오르시는 강력한 라이벌로 시범토너먼트에서

저와 공동 2위의 슈퍼울트라액션 지거이신 회장님은 갑작스런 부상으로 결장하시고

 여러 고마우신 분들의 따듯한 후원으로 그동안 어두운 침체기를 걷던
제가 1차 토너먼트에서 우승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