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도행 왕경호는 오전9시30분  오후 2시30분 인천연안여객 터미날에서 두번 출발한다.

물론 행락객이 몰리는 시즌에 한한다.

5월26일 토요일 오전 왕경호를 타기 위해 공지도 없이 그 식당에 모여 앉았다.

갈비탕이나 육계장에 소주를 돌려가며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 인사를 나눈다.

걱정보다 바다는 잔잔하다.

물론 바람은 아직 그 강도가 줄어들지 않은 상태이지만 그리 걱정은 없다.

초행길이신 강진구 박사와

오랜만에 출조하는 벰베와

분당에서 부터 카풀로 동반하여 이야기 꽃을 피우며 

낚시하고싶어 안달이 날 지경까지 올라선다.

새로 건설하는 인천 영종도간 밑을 지나가면서 안개는 슬슬 걷히기 시작한다.

영흥교를 지나니 낚시배들이 간간히 보이기 시작하지만

아직 시즌이 일른지 이 좋은 일기와 주말인데도 파시가 열리지 않았다.

어느새 갈매기들이 나타나 새우깡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며 비행한다.

이 새우깡을 즐기는 갈매기들은 웰빙과는 동 떨어진

현대판 인간군상을 보는 듯 연민의 정 마저 들기까지 한다.

언제부터 새우깡으로 연명하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순치되어진 갈매기밥을 먹기위해 출근하여 비상하고

매운 여객선의 매연을 들이 마시며

몸에도 좋지않은 인스턴트 식품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저 갈매기들의 운명과도 같은 한 인간이 새우깡을 날리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한다. 

저기 멀리 풍도가 보이기 시작하나

아직 30여분은 더 달려가야한다.

파도가 강한 바람에 일렁이기 시작한다.

이 정도 파도면 선상루어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된다.

하이톤의 날카롭고 가벼운 왕경호 뱃고동소리가 울리며

풍도에게 내가 온다 소리쳐 알려준다.

아직 10분은 더 가야한다며 풍도청년 가리가 미소를 날린다.

풍도 우럭이 점점 줄어든다는 나의 걱정 소리에

바우형님도 뽈락도 안 잡힌다시며 동참 하신다.

기동이 엄마가 끌고나온 수레에 짐을 가득 실고

가월이와 벰베가 밀고 끌고 올라가는데

가리는 매달려 올라타니

저넘봐라 하시며 바우형님은 혀를 차신다. 

벰베 말대로 풍도만 들어오면 인간들이 참으로 유치해진다.

아직 허기도 없는 상태에서 점심을 차려달라며 이리 설치고 저리 설친다.

밥상에 가득 봄나물이 차고 넘친다.

각자의 다른 진한 향을 느끼며 뜨거운 밥을 비운다.

예의 맹구는 비빔그릇을 달라며 고추장을 찾는다.

고소한 참기름에 맛나게도 밥을 비벼댄다.

선착장으로 나가니 풍도에서 우리가 타본 배중 가장 큰 배가 준비하고 있다.

넓다..넓어...

이런 날 바람이 많이 불고 파도가 일렁이는 날엔 이런 배가 다소 유리하지만

활성도가 떨어지는 시즌엔 더 작고 조용한 배가 절대 유리하다.

그러나 요즘같은 꽃게철엔 우리에게 선택권이 없다. 

바람 피하기 좋은 북벽 포인트 좋은 곳엔

해녀들이 전복과 해삼 작업이 한창이다.

또 다른 포인트엔 바람에 배가 너무 빨리 밀린다.

그래도 씨알 좋은 우럭과 놀래미 그리고 광어들을 잡아낸다.

잘들 잡는다.

가리도 잘잡고 가월이도 잘 잡고 오랜만이라 헤멜거같은 벰베도 잘 잡아낸다.

물론 루어명인 맹구도 뽑아낸다.

바우형님은 없는 뽈락을 세마리나 잡아내시더니 게르치로 손맛을 보신다.

나도 광어 우럭 게르치등 1/2지그헤드 채비와

깊은 수심과 빠른 조류에는 50그램 메탈지그로 씽커로 삼아

그럽웜으로 우럭을 뽑아낸다.

선상루어가 처음이신 강진구 박사는 바닥과의 전쟁이다.

잡기 위해서는 바닥을 훑어야하고

낯설고 어색한 바닥을 느끼기도 전에

채비가 바닥에 박혀 전전긍긍 완패의 얼굴이다.

내일 다시 내 라이트한 다이코로드와  2호 나일론 라인으로 정비 후

바다 바닥과 한판 붙어보기로 하고 기동이네로 철수한다.

40여마리 ..배에서 떠먹은 씨알 좋은 우럭과 놀래미를 제외하고도,,,

밥상엔 물텀벙이 찜.

해삼 2키로, 

그리고 광어 우럭 놀래미 각종 모듬회가 올라온다.

강진구 박사님 표현에 따르면 알라딘의 마법램프의 지니 처럼

노타임으로 순차적으로 나오는 메뉴에 숨가빠 하신다. 

물텀벙이 위장으로 버무린 시원한 무침회

알이 가득찬 꽃게찜 두판에는 얼굴마저 하얗게 질리는 표정이시다.

아직 멀었는데 

아직도 준비되어 있는 메뉴는

풍도표 우럭백숙과 모듬회덮밥,

참나무 장작을 불태워 만든 숯으로 굽는 삼겹살 5키로 

그리고 입가심으로 묵은 김장김치로 끓이는 라면 과 찬밥 그리고 열무김치.

강진구박사는 문을 잠그고 쓰러지셨다.

드디어 먹여 괴롭히는 지옥같은 밤은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맹구는 어제 못먹은 라면이 아쉬었는지 다시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그것두 두개를 ,,,

마치 데자뷰 같은 잔상이 보인다.

언제 이런 지옥의 모습을 본거 같았는데... 아....

시원한 우럭백숙에 밥을 말아본다.

속이 풀린다.

묵은 김치로 끓인 라면 한 젓가락이 나를 유혹한다.

다시 배로 달려간다.

간조 이제 들물이 시작이다.

바다도 잔잔하고 바람도 잦아든다.

환상적인 해무가 밀려온다. 대박 조짐이 보인다.

광어 씨알이 좋은 넘으로 첫수

우럭이 어제 보다 큰넘들이 나온다.

바우형님은 바닥에 걸리셨는지 감아서 힘차게 뽑아내시면

그럴때마다 개우럭을 같이 뽑아내신다.

아직 돌구멍에 박힌 우럭이 나와서 설치지 않는 모양이다.

강진구 박사는 드디어 바닥을 읽기 시작한다.

가는 라인과 지그헤드 그리고 로드의 팁으로 바닥을 이해하기 시작하신 듯

즐기기 시작하신다.

드디어 한 단계의 깨달음으로 충만해지시리라...

몇년간 지깅으로 힘찬 저킹과 로드 액션에

이제 루어의 세밀한 감각까지 겸비한다면 누가 그 경지를 넘 볼 것인가.

드디어 40이 넘는 광어를 끌어내신다.

배바닥이 눈부시게 흰 자연산 이다.

내가 잔 입질로 후킹한 뽈락을 접수하시자마자 회를 뜨시더니....강진구 박사의 핸드폰이 울린다.

다시 얼굴이 하얗게 변하신다.

" 나 아니야. 나 아닌데..."

마치 모텔 앞에서 다른 여자와 함께 있던 그 남자가

내가 아니였다고 사모님에게 변명하시듯....

잊은 당직의 콜이다.

달리자 서울로